크린랲, ’10년 부진’ 딛고 신사업으로 재도약

성장기업의 비결

광학필름·건전지 시장 진출
원가절감·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창업주 빈자리 조카가 구원투수로

국내 1위 식품포장용 랩·위생장갑 기업 크린랲이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무독성 식품포장용 비닐 ‘크린랲’을 선보이며 단숨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던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신규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성장이 둔화해온 터였다. 2018년 승문수 크린랲 대표(사진)가 전문경영인으로 회사에 합류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승 대표는 지난 2년간 수익성이 열악한 부실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원가절감에 주력했다. 광학필름, 가정용 건전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크린랲을 명실상부 국내 1위 종합생활용품 기업으로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린랲, '10년 부진' 딛고 신사업으로 재도약

창업주 빠지고 10년간 실적 악화

크린랲 창업주인 전병수 회장은 1983년 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폴리에틸렌(PE) 재질의 랩 제품 크린랲을 선보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크린랲의 국내 랩·위생장갑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 ‘국민 랩’ ‘국민 위생장갑’ 같은 수식어가 뒤따랐다.

전 회장이 2005년 고령을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크린랲의 점유율은 꺾이기 시작했다. 크린랲의 성장률은 매년 2% 수준을 간신히 유지했다. 이렇다 할 신제품 개발이나 사업 투자, 유통채널 확충을 거의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기업들은 거의 매년 10%씩 가파르게 성장했다.

승 대표는 크린랲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2018년 5월 회사에 합류했다. 전 회장의 조카인 그는 크린랲 중국 법인을 운영했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 잠시 크린랲에 근무하다가 2005년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기업을 운영했다. 두산그룹 전자소재사업부 신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그는 퇴사 약 10년 만에 다시 크린랲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이끌게 됐다.

부실사업 퇴출·유통망 개선

크린랲, '10년 부진' 딛고 신사업으로 재도약

승 대표는 2018년 6월 대표이사 취임 직후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우선 ‘원가혁신’에 나섰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공장과 직영공장의 원자재 구매 통합으로 제조원가를 낮췄다. 영업이익이 거의 나지 않던 가스레인지, 종이컵, 돗자리 등 부실사업은 모두 정리했다. 승 대표는 “실익이 없는데도 상품 회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유지해온 사업들을 한꺼번에 정리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망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크린랲은 지난 7월 온라인 쇼핑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점했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도 입점했다. 거래 조건이 열악한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는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등 온라인 유통채널 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생용품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크린랲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130억원을 기록했다. 승 대표는 “지난 2년간 경영 기반을 잘 다진 덕분에 올해 최초로 매출 1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종합생활용품 기업 도약”

크린랲은 지난해 광학필름 전문회사 클랩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정부 국책과제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연구개발 자금 150억원을 지원받았다. 광학필름 원천기술을 제공한 독일 기업으로부터 60억원의 투자유치도 성사시켰다. 클랩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내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업계에 광학필름 제품을 납품할 계획이다.

크린랲은 지난 8월 로케트전기 출신 임직원이 설립한 알이배터리를 인수해 100% 국내 생산 건전지 ‘하이퍼맥스’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건전지 전량을 국내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승 대표는 “국산 전지의 명맥을 잇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크린랲 브랜드를 걸고 품질이 우수한 해외 소형가전 제품을 수입하는 총판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기사원본]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101157621